아직

주윤하

큰 맘을 먹고

미뤄뒀던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잊고 있던 작은 상자

하얗게 내린 먼지를 털고서

 

조심스레 놓인 상자 속 낡은 노트 안에 채워진

지나간 추억

너의 얘기들

가득 담긴 고백들

 

나는 여기

아직 남아 있다고

아직 기억한다고

아직 사량 한다고

말하고 있어

 

잊고 있던 그때 거리가

너와 함께 나눈 공기가

나도 모르게 다시 찾아와

차오르는 그리움

 

나는 여기

아직 남아 있다고

아직 기억한다고

아직 사랑한다고

여전히 난

 

아스라이

떠오른 너의 얼굴

나 분명해질까 봐

또 찾아 헤맬까 봐

조용히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