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낯선 곳보다 익숙한 곳을 좋아해

헌책방

슬픔은 낯선 것보다 익숙한 걸 좋아해

남들 앞에서 난 그저 웃지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아

항상 내 슬픔은 약점이 되니까

 

갖지 못한 것들은 다 품어버린 채

소중한 것들을 마음에서 미루고

현실은 항상 낯선 곳에 머물러있고

슬픔은 익숙한 곳에서 시작돼

 

아무도 없는 쓸쓸한

불 꺼진 방문을 열면

외로움은 나를 반기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무거운 두 눈을 감으면

베갯잎에 떨어지는 눈물

 

똑같은 내 하루는 미끄럼틀 아래

풀 한 포기 안 나는 그늘진 모래 위

항상 맞은편을 비추는

햇살은 더 따듯해 보여

애써 짓는 웃음이 낯설어

 

아무도 없는 쓸쓸한

불 꺼진 방문을 열면

외로움은 나를 반기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무거운 두 눈을 감으면

베갯잎에 떨어지는 눈물

 

슬픔은 낯선 곳보다

익숙한 곳을 좋아해

쓸쓸한 내 방 곳곳에 흩어져

 

아무도 듣지 못하는

한숨 섞인 혼잣말 속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눈물

 

누군가의 어깨를 빌리기 보다

나 홀로 침대에 누워

슬픈 영화를 핑계 삼아

펑펑 울고 싶어지는 오늘

 

차곡차곡 쌓여가는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