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계절

그늘에 흩어지고

초록을 빼앗기고

나 홀로 바스락이다

 

감싸안았던 계절

고요히 스며들어

초록을 빼앗기고

나 홀로 바스락이다

 

지겹게 울던 매미가 고요해졌네

불타오르던 하늘이 친절해졌네

이즈음 같이 전어를 먹으려 했지

근데 이젠 알아도 닿지 못할 너의 집

 

난 후드티가 예쁜 게 많았지

반팔 옷만 네게 보여줘 아쉬워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너에게도 닿을까 싶어

 

살며시 낙엽이 내게 떨어지고

말없이 저 멀리 흘려보내 주었지

 

사라져가는 계절

그늘에 흩어지고

초록을 빼앗기고

나 홀로 바스락이다

 

감싸안았던 계절

고요히 스며들어

초록을 빼앗기고

나 홀로 바스락이다

 

밤마다 지나온 우리의 거리

어느새 꽃이 지고 쌓인 낙엽이

나와 같다고 생각해서 멈칫

예쁜 걸 골라 챙겨 주머니

 

책갈피에 고이 꽂아두었지

아려와 내 마음 깊숙이 한켠이

수많은 책들 사이 잊어버리고

불현듯 마주쳐야지

 

살며시 낙엽이 내게 떨어지고

말없이 저 멀리 흘려보내 주었지

 

사라져가는 계절

그늘에 흩어지고

초록을 빼앗기고

나 홀로 바스락이다

 

감싸안았던 계절

고요히 스며들어

초록을 빼앗기고

나 홀로 바스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