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

Yyeon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 맞춰간 거야

어쩌면 난 걸음이 너무 빨랐나봐

우리 이야기가 영화였다면

난 비중 없이 지나가는 배우인가봐

하루가 지나고 몇 주가 지나

계절이 바뀌고

항상 내 자리일 줄 알았던

네 옆자리도 바뀌어

내 배역은 널 아프게 만들었지만

우리 각본은 거기서 끝나면 안 됐어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 맞춰 간 거야

어쩌면 난 걸음이 너무 빨랐나봐

우리 이야기가 영화였다면

난 비중 없이 지나가는 배우인가봐

넌 늘 예쁘고 아름다우니까 주연이 어울려

반면 난 못났고 추하니 널 깔아주는 조연

넌 내 인생의 주인공

난 네 인생의 조명이야

어두웠던 때의 너를 밝혀주고 떠났으니까

우린 이제 안 볼 테지만

난 그저 지나가는 인연이지만

웃지는 말고 악수하자

꽤 잘 끝났으니까

끝난 영화 뒤의 커튼콜처럼 돌아서자

우리 얘기는 예뻤으니까

결말이 조금 아쉬웠지만

처음부터 될 사이는 아니였잖아

우리 얘기는 끝났으니까

결말이 조금 아쉬웠지만

돌아보지 말고 서로 놓아주자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 맞춰간 거야

어쩌면 난 걸음이 너무 빨랐나봐

우리 이야기가 영화였다면

난 비중 없이 지나가는 배우인가봐

색이 바랜 이 도시를 날아서

어쩌면 의미없는 우주를 찾아

난 한 걸음 더, 두 걸음만 더

이 세상을 나가야 해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 맞춰간 거야

어쩌면 난 걸음이 너무 빨랐나봐

우리 이야기가 영화였다면

난 비중 없이 지나가는 배우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