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기

하비(최성용)

계절이 오가는 문틈에 서서

간절히 기다린다 너라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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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바꾸고 옷장을 정리할 때면

어김없이 불어온다 문틈 사이로

 

봄이라 부르기엔 넌 너무 붉었고

여름이라 부르기엔 넌 너무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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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보내고 난 어긋난 계절을 살아

철 지난 달력을 넘기지 못해

 

널 보내고 난 회색의 날들을 살아

마음껏 울지도 웃지도 못해​

 

가을이라 부르기엔 넌 너무 어렸고

겨울이라 부르기엔 넌 너무 뜨거웠다

널 보내고 난 어긋난 계절을 살아

철 지난 달력을 넘기지 못해

 

널 보내고 난 회색의 날들을 살아

마음껏 울지도 웃지도 못해

계절이 일어선 빈자리엔 네가 있었다

삶의 마디마다 함께 한 날들

 

널 보내고 난 어긋난 계절을 살아

빛바랜 편지를 버리지 못해

 

널 보내고 난 회색의 날들을 살아

마음껏 살지도 죽지도 못해​

네 소식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