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준비

윤종신

아침이 꽤 어둑해 집을 나와 걷는 길

그슬린 탄내가 코 끝에 닿으면

이제 그 계절이 왔나 봐

 

날 비추는 빛의 색깔이 한여름 강렬한 그때와

다르게 희뿌연 갈색빛이 섞여

내 건조해진 뺨 위 눈부시게 해

 

무언지 모를 그리움으로 시작한 오후

거리의 미소들이 부러워

나만 다른 기분 나만 다른 하루인 것 같아서

바라만 보는 가을

 

불안하단 친구의 고민 하염없이 들어주다가

내 얘길 하려다 난 그만 멈췄어

이 계절은 그냥 혼자 겪으려고

 

무언지 모를 외로움으로 가득한 내 밤

거리의 노래들이 거슬려

나만 다른 기분 나만 다른 하루인 것 같아서

바라만 보는 가을

 

이렇게 하루 지나가 버린 스치듯 가을

다가올 온도들은 차가워

창틈 사이 내게 말을 거는 가을인 것 같아서

기다리는 가을

기다리는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