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해 여름

문없는집

가장 오래된 기억은 나지막한 여름 골목길

위를 가로지르던 먼 풍경

어린 날 맘에 하나쯤은 품은 시리운 슬픔을

떼내어 던져보자

내가 태어난 그해 여름

그때의 넌 어디쯤에 있었을까

나란히 걷다 다다른 느티나무 아래

밤낮 없었던 매미울음 사이로

포개지던 시간 속에

바람이 불면 더위와 미래를 피해

8월의 그늘에 숨어들었었지

우리들의 지난 여름

아주 오래전 그해 여름

그때 우린 마주칠 수 있었을까

길 위를 걷다 다다른 너의 과거 안에

살아있던 수많은 순간들이

쏟아질 듯 일렁이고

바람이 불면 더위와 미래를 피해

8월의 그늘에 숨어들었었지

다신 오지 않을 여름

긴 비가 내리면 조용히 울던

한 걸음 두 걸음 멀어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