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우산

윤준

감출 수 없는 것들이 있지 어딘지 모르게

사랑과 외로움과 가난함 재채기까지

오 이대로 사라질까 싶어

오 이대로 흘러가도 괜찮지

저 편으로 고개를 돌려도

난 속으로 파랑을 되뇌네

 

감출 수 없는 것들이 있지 왜인지 모르게

가물어버린 눈동자들과 딸꾹질까지

오 이대로 살아질까 싶어

오 이대로 머물러도 괜찮지

저 편으로 마음을 돌려도

난 속으로 사랑을 되뇌네

또 어리석은 맘에 취해 이 소중한 것들을 탓해

네 바람대로 흘러간 내 모난 꼴을 봐

익숙해진 맘에 취해 더럽혀진 것들을 껴안아

누운 해를 등지고선 길어진 내 그림자만 봐

 

감출 수 없는 것들이 있지 어딘지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