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 송

오곤

나처럼 다 힘들면 좋겠다

나처럼 다 슬프면 좋겠다

아니면 다 망하면 좋겠다

 

나처럼 다 비오면 좋겠다

나처럼 다 어두우면 좋겠다

아니면 다 멈추면 좋겠다

나만 그런 생각해?

 

내 마음속 과녁은 왜 이리 큰 걸까?

도망쳐봐도 나의 먹구름이

쏟아내는 비는 화살처럼 마구 꽂혀

 

내 마음속 소음은 왜 이리 큰 걸까?

가슴을 치는 나의 북소리에

잠도 잘 못 자고 눈만 감고 밤을 보내

 

사랑과 평화를 부르던 시인들은 어딨나요?

불편한 날 이해해줄 노래는 더는 없나요?

 

차라리

나처럼 다 힘들면 좋겠다

나처럼 다 슬프면 좋겠다

아니면 다 망하면 좋겠다

 

나처럼 다 비오면 좋겠다

나처럼 다 어두우면 좋겠다

아니면 다 멈추면 좋겠다

비겁한 날 좀 구원해줘

 

나도 다시 웃었으면 좋겠다

나도 다시 사랑하면 좋겠다

포근하던 아빠 등에 업힌 그때처럼 잠도 자고

나도 다시 설렜으면 좋겠다

나도 다시 꿈을 꾸면 좋겠다

저주보다 모두의 행복을 빌어주던 그때 내가 그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