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무뎠던 걸까 포기한 걸까

높다란 벽도 두렵지 않아

커버린 건가 버텨낸 건가

생각보다 슬프지 않아

 

더디게 돋아난 날갠 더 아름다워지겠지

기다리는 것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는 걸 알잖아

 

이제 떠나볼까 저물어가는 날

등지고 가는 바람 한 점이 되어볼까

어디선가 날 부르는 걸까

주저 없이 날아가고 싶을 뿐이야

 

숨 막히는 저마다의 시간들

모두 버리고 날아

 

더 이상 난 피할 수 없나 숨길 수 없나

모든 걸 알고 싶지 않았어

살아낸 밤과 살아질 밤도

더 이상 난 반기지 않아

 

겨우내 삶의 희망도

꿈도 빛바래 가겠지

우리의 마지막 밤은

그럼에도 오지 않을 걸 알잖아

 

이제 떠나볼까 저물어가는 날

등지고 가는 바람 한 점이 되어볼까

어디선가 날 부르는 걸까

주저 없이 날아가고 싶을 뿐이야

 

더는 시간이 없겠지 이젠 떠나갈 때겠지

 

살아낸 밤과 살아질 밤도

더 이상 날 묶어둘 수 없게

너는 끝끝내 답을 찾겠지

나는 같은 길을 걷지 않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