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북소리

정원영

피가맺힌 손가락을

한참을 바라본다

욕조를 빠져 나가는 거품

다신 돌아오지 않을 소리들

 

밤새 비내리고

창가엔 언 비둘기

햇살에 발을 묻고서

조용히 기다린다

 

먼북소리 먼북소리에

어딘가 숨죽이던 꽃잎들 떨어지고

먼북소리 먼북소리에

새벽잠을 물리고 길을 나선다

 

바람에 편질쓴다

천천히 꾹 눌러

아쉬움에 걸음을 멈추고

으음 귀기울인다

 

그대없는 벌판으로

한걸음 내딛어본다

사는게 살아내는게

사랑이라 기억해낸다

 

먼북소리 먼북소리에

언젠가 웃어주던 구름들 돌아오고

먼북소리 저 먼북소리에

신발끈을 조이고 길을 나선다

 

그대없는 벌판으로

한걸음 또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