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과거는 철거되었지만

문없는집

설익지도 않은 시간들

우리들의 과거는 철거되었지만

넌 나에게 끊임없이 숨을 불어넣어줘

뒤따라오는 수많은 사람들

언젠가 너의 그림자에 못을 박고 달아나도 난

여기에 있어 이렇게

웅크려있어

 

먼 길 떠나면

언제가 되든 날 찾아와

 

작은 발자국과 걸음걸이

그날의 느릿한 안온함을

품에 안고 흩어졌지만

모든 처음 처음의 끝

끝의 처음 그리고 끝 모두

그 자리 그 집 그 방에 남아있으니까

 

더 흩어지지는 말아요 난

내가 아닌 것들을 통해 날

기억할 수 있단 말이에요

더 말해봐요 이렇게 웅크리고 있을 테니

제발 더 흩어지지는 말아요 난

얼마든 여기 있어도 좋은데

내가 아닌 모든 것이

유유한 먼지가 되어 나를 떠나네

 

설익지도 않은 시간들

우리들의 과거는 철거되었지만

넌 나에게 끊임없이 숨을 불어넣어줘

뒤따라오는 수많은 사람들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기고 달아나도 난

여기에 있어 이렇게

웅크려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