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붕괴

EVIL(이서준)

아무렇지 않게

아무것도 아닌 듯

살고 싶은데

내 맘은 왜 평범하지 못해

아무렇지 않게

아무것도 아닌 듯

지내고픈데 왜

경사 따윈 사라지지 못해

 

저기 저 사람들과

같은 시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머물러 살고 있는데도

머릿속은 누추해 어지러워

그들과 거린 좀 멀고

왠지 나완 상관없는 행복

 

이곳은 불 꺼진 방

날 비추는 건 핸드폰 속 흰 조명과

뒤로 어둑한 밤의 선들이 창틀 그 사이를

가로질러 모양새는 누워있는 감옥 같아

작은 편안과 동시에 이건 어쩌면

슬픔이 날 덮칠지도 모르는 양날의 검

나는 걸음 벗어나지 못해 외딴섬

익숙하다는 듯 머릴 처박은 차가운 벽

 

야 잡생각 좀 늘어놓지 마

웃어볼까 근데 알아

그것도 아주 잠깐

이런 내 아픔이

집이 돼 버릴까 봐

이렇게 다시 나는

저 멀리서부터 겁이 나

니네 제발 여기만은

들어오지 마

나눠줄 수 없어서

다 태워버린 초대장

감정은 휘몰아쳐 바람

또 비가 와

방법도 몰라서

무식하게 귀를 닫아

 

그리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어 바깥

그래서 미리 쳐내지

못하고 난 또 아파

눈물도 많아서

하염없이 혼자 앓아

한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긴 할까

 

다 꼬여버린 머릴 내려놓고 싶어

너무나 헷갈리는 삶이라서

밖으로 뛰쳐나가

사람들을 만나는 그 순간에도 난

언제부턴가 느껴버리잖아

못 채우는 공허감

나는 심연에 빠졌고

그 위 먼지 덮여

아픔이 벌거벗은 채로

훤히 살아 숨 쉬어

풍성한 폐허 속

찾은 것 같은 안식처

너 하나만 보고

달려와도 없어 영원

믿었지만 결국

하나같이 등을 돌려

전부 다 똑같아

사랑은 변명에 식어

nobody knows

남들에겐 그저 쉬운 것

하나도 내겐

왜 이렇게 어려워 보여 더

 

또 나는 너무 작고

이 세상을 못 믿어

너무 높은 벽들은

여전히 내게 모질고

꼬여버린 관계들은

풀지도 못했어

상처가 깊어서

아직 혼자 비틀거려

겪는 게 두려워

너도 다가오지 마

근데 겪고도 버릇처럼

다시 걸어 난

기억 속 맴돌아

네가 그리운 이 밤

지새우다 보니 어느덧

이른 새벽이네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