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호진

또 같은 시간

초점 없는 눈이 떠지면

무거운 하루 문턱에 발을 내디뎌

 

그 하루엔 내가 없어

쌓인 일을 감정 없이 치워

숨 쉴 틈조차 없이

또 정신없는 듯이

 

바쁘게 살다 보면

가끔 나도 모르게

두 눈을 감고 너를 생각해

그땐 무덤덤했던 내 가슴이

 

가쁘게 숨이 벅차올라

좋았던 순간이

조용히 내게 스며들어

따스한 그 추억으로 살아가

 

집으로 가는 퇴근길

취하고 싶은 날

 

고된 하루 보상하는 한잔

유일한 혼자만의 시간

 

그 시간엔 내가 없어

덧없는 감정 혼자 되새겨

하루 버텨낼 자신 없이

날 돌아볼 여유 없이

 

바쁘게 살다 보면

가끔 나도 모르게

두 눈을 감고 너를 생각해

그땐 무덤덤했던 내 가슴이

 

멈춰 있다

소설 같던 봄날의 온기 속으로

그 계절을 닮았던 우리로 돌아가

 

나쁘게 말했던 모든 걸

진심에 진심을 더해

말해 주고 싶어, 미안해

느지막이 혼자서야 외쳐 본다

 

너에게 닿지 않을 말인 걸

너무 잘 알기에

오늘도 혼자 너를 기억해

짙은 흔적 끌어안고 살아가

살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