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lI!l

경제환

네게 사랑을 확인했던 순간

영화가 시작 된 듯이

네 주위엔 빛이 났어

좋은 영화가 되겠지

 

우린 계획을 싫어했고

무작정 떠나곤 했어

비가 유난히 많이 오는 계절

우산 없이 떠난 길에

소나긴 매번 반가워

 

버린 옷도 추억이라 불렀고

추워 얼어붙은 너의 몸을 녹였던

내 체온

그게 내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활짝 웃는 너의 모습

이것도 이유라고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혹은 너와의 시간이 영원해줬으면

꿈 같았어 너와 많은 장면을 넘겨도

왠지 그 때 우리 모습만 선명해져

 

우린 눈빛으로도 대화가 돼

별로 웃긴 얘기도 아닌데 괜히 웃음짓게 돼

네 표정 네 말투

엉뚱한 네 모습

널 사랑할 수 밖에 없었어

그렇게 매일

 

너를 보고싶었어

같이 있을 때도

자꾸 보고싶었어

너와 놀고 싶었어

 

빗소리가 투둑투둑

불 꺼진 방 안에

우리 둘 보고있던 영화는

결말도 몰랐어

 

방학처럼 흘러갔던 것 같아

추워지는건 순식간인 것 같아

계절처럼 우리는 빨리 탔었구나

다시 그 계절을 맞이 못했지만

 

너를 처음 안을 때 했던

그 생각만은 맞았어

우린 좋은 영화였었어

그때를 떠올리면

괜히 웃음지어

 

 

기억 저 편에 우리

(비 오는 날 흠뻑 젖었던)

자유로웠지 우리

(서로의 우산이 돼 줬던)

그 시간을 지나 이젠

각자의 우산을 쓰고 있겠지

이렇게 비 내리는 날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