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다보면

19990619

샴푸를 짜고 머리를 감고 있다 보면

엉뚱한 생각들이 나를 건드려

뿌옇게 흐려진 거울 벽에 맺혀있는 물방울

그리고 나만의 시덥잖은 잡념들

치약을 짜고 양치를 하고 있다 보면

머릴 감았었는지 자꾸 까먹어

생각이 많은 탓인지 실수로 두 번 짠 샴푸

계속 부풀어 오르는 하얀 거품

원을 그린 변기 얼룩

오래된 파란색 타일 바닥

배수구를 타고 올라오는 찌든 냄새와 함께

몰래 널 떠올리고 있어 가끔씩 생각하고 있어

결국엔 씻어낼 시덥잖은 잡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