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척 해줘

가엘(에코비)

오늘 네가 올 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어

내가 먼저 인사하면

좀 지는 것 같아서

 

어색한 미소 뒤로

할 말은 넘치는데

괜찮은 척, 바쁜 척

그게 오늘의 나야

 

 

모른 척 해줘

내 눈이 떨린 거

네 얘기에 웃은 거

그냥 스쳐간 바람처럼

 

모른 척 해줘

내 맘 다 알면서도

아무 말 없이 지나가

그게 우리 둘에겐 편하니까

 

 

지나친 네 향기

아직 나한테 선명해

괜히 짧게 숨을 쉬다

또 널 쫓는 나를 봐

 

예전 같지 않단 걸

둘 다 알고 있잖아

괜히 묻지 마

“잘 지냈냐고” 같은 말

 

 

모른 척 해줘

내 목소리 떨린 거

눈길 못 마주친 거

그냥 피곤한 날인 것처럼

 

모른 척 해줘

혹시라도 네가 아직

날 생각한단 그 말

하지 마, 지금은 안 돼

 

 

어쩌면 언젠가

다시 마주할지 몰라

그때는 조금 더

편하게 웃을 수 있을까

 

 

모른 척해줘

오늘은 그냥 지나가

너도 알고 있잖아

아직 우린 어색해

 

모른 척해줘

이 마음이 다 사라지면

그때서야

다시 말 걸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