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로등의 편지

백원달

사실은 달이 되고 싶었지

해 없는 밤 언제나 보름달 되어

정오의 태양처럼 골목골목

하얗게 언제나 물들이고 싶었지

 

하지만 그저 초라한 가로등

발밑에 간신히 빛을 떨구고

술 취한 나방객(客)을 맞이하며

그렇게 오늘도 하루의 밤을 살아가네

 

그래도 달이 없는 밤

한 소녀가 어둠에 지쳐 있을 때

나방이 덕지덕지 붙은

나를 찾아준다면

 

잘 보게나

나는 언제나 보름달이지 않는가

잘 보게나

나는 언제나 보름달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