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정준일

눈을 감으면 귀를 닫으면

지울 수 있을까

이젠 볼 수도 너의 말도 들을 수가 없어

 

널 미워하고 널 원망할수록

난 계속 초라해져 가

첫눈이 오면 잊혀진다 하던데

나의 계절만 멈춰있어

 

나를 사랑해줘 나를

나를 이해해줘 나를

겨울의 꿈에서 부는 하얀 눈꽃처럼

환한 웃음으로 내게 달려와주던 너

 

긴 침묵조차 두근거리던

너와 나의 하루는

언제부터인가 길어진 낮과 지루한 밤

 

항상 곁에 있는 너보다

내가 중요했던 나

가끔씩 너와의 이별을

몰래 떠올렸던 나

그땐 몰랐어

내가 이렇게 아파할 줄을

시간을 다시 돌릴 수가 없을까

 

나를 사랑해줘 나를

나를 이해해줘 나를

겨울의 꿈에서 부는 하얀 눈꽃처럼

환한 웃음으로 내게 달려와주던 너

모두가 웃던 장면에서

나만 눈물이 흐르던 날

사람들은 항상 즐겁고

나만 잘못된 것만 같아

 

가장 미웠던 기억들만 떠올리려 애써도

왜 나는 예쁜 너의 얼굴만

생각이 나는지

 

나를 사랑해줘 나를

나를 이해해줘 나를

겨울의 꿈에서 부는 하얀 눈꽃처럼

환한 웃음으로 내게 달려와주던 너

 

많이 힘들었었지?

많이 외로웠었지?

 

겨울의 꿈에서 부는 하얀 눈꽃보다

하얀 네가 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