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어른

오 윤

잔뜩 삐뚤어진 열한 살의 그 아이는

세상 무엇을 그리도 미워했는지

뭘 바라는 게 많았던 건 아녔는데

꼭 나쁜 어른이 될 거라 다짐했지

 

내 강아지가 이 땅을 떠난 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나를 사랑했던 이들이 떠나는 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나쁜 어른 말야

 

우- 다들 잘 지내나요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아무도 몰랐을 텐데

우- 시간이 날 앞서 세우고 가네

눈물 흘릴 틈도 없게

 

그저 몸이 자란 어른이 된 그 아이는

그날 문 틈새로 봤던 뒷모습이

소리 죽여 눈물을 참던 엄마란 걸

뒤늦게 알아버린

나쁜 어른이 됐네

 

우리 강아지가 이 땅을 떠난 날

눈물을 참을 수밖에 없었던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맘속에

묻는 방법을 알아내버린

우리 말야

 

우- 다들 잘 지내나요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아무도 몰랐을 텐데

우- 시간이 날 앞서 세우고 가네

눈물 흘릴 틈도 없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