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여름

류석원

출렁거리는 매일, 떠밀려 다니는 사이

그늘진 만큼 햇빛 자국이 남은

어느새 여름, 다시 내게

 

조금은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게 됐어

어떤 누구도 잘못한 적 없어도

가끔씩은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걸

 

우리는 서로와 다른 길을 걷다

어쩌다 그냥 이렇게 된 거야 자연스럽게

주륵, 땀이 맺히면 부푼 계절을 불러내볼까?

제법 뻔뻔한 춤과 웃음이 어린 목소리로

 

이제는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

때론 모든 게 억울하기만 해도

이렇다 할 도리 따윈 없을 뿐이란 걸

 

우리는 서로와 다른 길을 걷다

어쩌다 그냥 이렇게 된 거야 유감스럽게

문득, 마음이 고이면 푸른 시절을 얘기해 볼까?

아직 막연한 꿈과 함께 부르던 노래들을

 

난 나의 결정을 후회하진 않아

그저 약간만 더 잘해냈더라면 좋았겠지만

부디 파도가 그치면 별일 아닌 듯 인사를 나누자

어제 만난 것 같은 짧고 무심한 눈짓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