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그 골목

이세준(유리상자)

너의 집 앞 민트색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 앞

서로의 손 꼭 잡았던 그날

녹아내리던 바닐라 향기처럼

수줍게 웃던 네 모습 떠올라

 

분홍 머리핀 곱게 꽂은 너

눈빛 하나 놓치지 싫었지

오롯이 너를 향했던 나의 감각

여름밤 달빛도 우릴 비췄어

익숙한 골목길을 나란히 걷던 두 사람

 

달빛에 물든 두 개의 그림자

그때의 우린 그 어디쯤 어딘가에

세월이 깃든 두 개의 시공간

지금의 우린 그 어디쯤 어딘가에

어떤 의미가 되어 있을까

 

내가 너에게 불러주었던 그 노래 가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네 얼굴

여름밤 풀잎도 우릴 불렀어

익숙한 골목길을 나란히 걷던 두 사람

 

달빛에 물든 두 개의 그림자

그때의 우린 그 어디쯤 어딘가에

세월이 깃든 두 개의 시공간

지금의 우린 그 어디쯤 어딘가에

어떤 의미가 되어 있을까

 

손끝에 남은 기억의 끝자락 (기억의 끝자락)

바람의 얘긴 그 여름 끝 어딘가에 (그 여름 그 골목에)

세월이 깃든 두 개의 시공간 (두 개의 시공간)

지금의 우린 그 어디쯤 어딘가에

어떤 의미가 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