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

조장혁

비가 쏟아지는 줄도 모르고

흠뻑 젖은 채로 널 기다렸어

불이 꺼진 너의 집 앞 늦은 밤

구차하게 청승떨면서

 

하지 못한 말이 남아있다고

아직 못해준 것들이 많다고

무슨 말을 해서라도 잡고 싶었어

이대로 널 떠나보내진 못할 것 같아서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면서

우리 지난 추억 떠올리다가

잊혀지는 게 겁났어

끝이란 게 두려웠어

이제와 초라한 내 욕심일지라도

 

한참동안 여기 이 자리에서

내내 멎지 않는 비를 맞으며

한없이 흐르는 눈물 주르륵 쏟다가

취한 채로 이 밤이 새도록 널 부른다

 

힘들어하던 널 왜 몰랐을까

왜 난 아직도 나밖에 모를까

꼭 한 번만이라도 널 보고 싶었어

진짜 우리 마지막이란 게 믿기 싫어서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면서

우리 지난 추억 떠올리다가

잊혀지는 게 겁났어

끝이란 게 두려웠어

이제와 초라한 내 욕심이겠지만

 

한참동안 여기 이 자리에서

내내 멎지 않는 이 빗속에서

한없이 흐르는 눈물 주르륵 쏟다가

취한 채로 이 밤이 새도록 널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