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서

장범준

난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데려다주는

눈 덮인 정류장에서

기약도 없이 그 어떤 예고도 없이

그녀를 기다려보네

 

눈이 많이 내려서 늦어서 미안하대요

눈이 너무 따뜻 바라보는 눈빛 너무너무 따뜻해

캐롤 노랠 들으면 내가 생각난대요

눈이 너무 따뜻 바라보는 눈빛 내겐 너무 따뜻해

 

그녀를 데려다주는

눈 덮인 정류장에서

피할 수 없이 그 어떤 계획도 없이

그녀를 기다려보네

 

눈이 많이 내려서 늦어서 미안하대요

부끄러운 것도 바라보는 눈빛 땜에 이미 기대고 있어

캐롤 노랠 들으면 내가 생각난대요

지금 너무 떨려 아무 말이라도 해줘 이제 내게 말해줘

 

말해줘 말해줘 말해줘

 

난 아무 말 없이 그 어떤 예고도 없이

그녀를 기다려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