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차승재

일곱 살 무렵

아빠가 사준 스케치북

신이 나 버린 어린아이가

그렸던 세상들은

 

해님 달님 별님 구름이

환하게 웃고 있어

그 옆에 조그맣게

그려진 나도

환하게 웃고 있어

 

하늘 구름 별을 그렸던 손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던 어릴 적 내 작은

세상을 보석함에 담아 놨어

일곱 살 어린 그 소년은

스케치북을 피고

해님 달님 별님 그리겠지

이 밤이 깊어가도록

 

그리고 그려

크레파스가 짧아지면

다시 사 달란 어린아이의

소원을 들어줬던

 

우리 엄마 아빠 할머니

환하게 웃어 주며

아이 이쁘다고

쓰다듬어 주던

그게 그리 좋았던 나

 

하늘 구름 별을 그렸던 손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던 어릴 적 내 작은

세상을 보석함에 담아 놨어

일곱 살 어린 그 소년은

스케치북을 피고

해님 달님 별님 그리다가

단잠에 빠져 그곳에

 

그림나라 병정들과

손잡고 여행을 떠나

펼쳐지는 푸른 하늘 그곳에서

저 해님 달님 반겨 주네

 

일곱 살 어린 그 소년은

그림 속 나라에서

해님 달님 별님 손을 잡고

행복한 꿈을 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