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거리

허진호

하루가 끝나갈 무렵

익숙한 골목에 서 있어

네가 자주 걷던 그 길 위에

이젠 나만 그림자처럼

 

수많은 발자국들이

언제부턴가 멈춰 있는데

유독 너의 발자국만

내게서 멀어져 가

 

텅 빈 거리 위에, 너를 찾아 헤맨다

불 꺼진 창문마다 우리 추억이 흘러내려

돌아갈 수 없는 걸 알아도

내 두 발은 너를 향해 있어

텅 빈 거리에서 난, 아직 너를 기다려

 

 

가로등 불빛에 기대어

네 그림자를 그려보다가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

그리운 기억만 떠올라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

왜 이렇게도 많이 남아서

잊으려는 마음들조차

이젠 늦은 것 만 같아

 

텅 빈 거리 위에, 너를 찾아 헤맨다

불 꺼진 창문마다 우리 추억이 흘러내려

돌아갈 수 없는 걸 알아도

내 두 발은 너를 향해 있어

텅 빈 거리에서 난, 아직 너를 기다려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

네가 떠난 그 자리에 있어

이 사랑은 어떡해야 멈춰질까

 

텅 빈 거리 위에, 너를 찾아 부른다

불 꺼진 창문마다 우리 추억이 흘러내려

다시 한번 안아줄 수 있다면

내 모든 걸 버려도 괜찮아

텅 빈 거리에서 난, 오늘도 널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