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권순관

흐드러진 꽃을 지나

느리게 번지는 별들을 지나

 

눈에 담은 모든 것들이

꿈속의 일처럼

한 발씩 멀어져

 

난 어디로부터 왔는지

어디쯤에 도달할지

끝없는 길 위에

멈출 수 없음을

난 알고 있었네

 

난 오래전에

난 오래전에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나의 세상이 있기 전에

 

머나먼 기억

두터운 벽 너머

다시 널 만나면

그 답을 찾을까

떠나가는 이유를

 

손 흔들던 너의 모습과

다신 없을 봄의 풍경

그때의 시절로 견딜 수 있음을

넌 알고 있을까

 

널 오래전에

널 오래전에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나의 세상이 있기 전에

 

멈춰선 시간

두터운 벽 너머

그때 널 만난 건

우연 같았지만

그 운명을 믿어 난

 

머나먼 기억

시간을 거슬러

다시 널 만나면

그 답을 찾을까

떠나가는 이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