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향정위(反響定位)

유용호

비가 내리고 해가 가려지면

어쩔 수 없는 것을 사랑할 수 있나요

아마 어쩌면 세상은 맘대로

내 생각 반대로 아아 몰아치는 것 같아

 

아주 가끔은 아니, 사실은 매번

너희의 바람대로 휩쓸리게 돼

나는 자꾸만 노력하게 되고

내가 없는 날들을 쌓아 가게 돼

 

 

계속 말들은 허무를 강요하네

참 쉬운 말이야 난 나여야만 한다네

 

나는 자꾸만 무력하게 되고

바람의 반대편으로 도망치게 돼

 

 

쏟아지던 말을

매몰하고 나면

너의 달뜬 꿈을

구별할 수 없어

 

그를 부정하고

바라던 내가 되면

그제야 나는 너로

너로 비로소

끝없는 잔향 속에서

덧없는 정위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