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미라쿠도

삶이 먼지로 가득 덮인 거 같아

함부로 만지기 더러울 정도로 말야

지나온 날에 뭘 덧붙였을 뿐야

우리 이야기를 잃어버린 채로 말야

 

너를 울리고 또 울렸던

상처에 다시 상처를 만들어냈던

그런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넌

아님 시간이랑 함께 잊어먹었나

 

눈길도 안 줬던 그 서랍장에

너의 흔적들을 다 보관했어

아직 다 읽지도 못한 우리 둘의 스토리가 담긴 이 책은

 

글자로 우리를 숨기고 채워 아무도 못 찾게 예

하나씩 페이지를 계속 채워 더 빼곡하게 예

내가 사랑한 그 수많은 표정을

하나씩 잊지 않기 위해서 더 적어

 

삶이 먼지로 가득 덮인 거 같아

사실 별로 중요하지는 않은 거 같아

지나온 날의 꿈을 좀 꿨을 뿐야

그건 비뚤었고 달콤했던 것만 같아

너의 눈물에 또 눈물을 더 하는 날들을 뒤로하고 싶었어

그런 핑계들을 무기로 삼은채

모든 걸 뒤로할 수밖에 없었나 봐

 

눈길도 안 줬던 우리의 흔적을

이제서야 난 볼 수 있게 됐어

아직 다 읽지도 못한 우리 둘의 스토리가 담긴 이 책은

 

글자로 우리를 숨기고 채워 아무도 못 찾게 예

하나씩 페이지를 계속 채워 더 빼곡하게 예

내가 사랑한 그 수많은 표정을

하나씩 잊지 않기 위해서 더 적어

 

 

한번 넘기고 나면 이전 페이지론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마무리도 못 지은

백지로 가득한 종이들은

그리움으로 나타낼 거야

 

글자로 우리를 숨기고 채워 아무도 못 찾게 예

하나씩 페이지를 계속 채워 더 빼곡하게 예

내가 사랑한 그 수많은 표정을

하나씩 잊지 않기 위해서 더 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