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태리 (Terry)

이젠 익숙해졌어

넓은 침대와

너 없이 맞는 아침까지

결국 버렸지

추억이라는 핑계로

남겨뒀던 사진까지

너는 어때

기억해?

우리였던 때

웃을 일이 많았는데

배운 것 같아 너에게

누군가를 나보다 더

아낄 수 있단 걸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우리 그때 그날처럼

커다란 우산을 쓰고 나가서

머리는 젖지 않았어 그때처럼

아니 혼자여서

너가 없는 나라서

이 비는 피할 수 있었겠지만

너와 함께였다면

온몸이 다 젖어도 괜찮은데

 

너와 걷던

익숙한 이 거리에 비가 오면

나눠 썼던 작은 우산

그 아래 물들어있던

웃음이 더 선명해져

한동안 나

너가 남긴 흔적들만

덮어두려 노력했지만

쏟아 내리는 빗물에 널

떠올리게 돼버린걸

 

하늘색이 어두워졌어

보고 있기만 해도 웃게 해줬던

너가 너무 미워졌어

피하려고 나섰던 길 어디에도

너가 묻어있잖아

이 거리도 웃던 우리 모습을 기억하나봐

다시 고갤 떨구게 돼

쏟아지는 비에

이 기억도 씻겨내면 좋겠지만

그 조그만 우산에 붙어

웃던 우리의 온기를 어떻게 잊겠어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우리 그때 그날처럼

하염없이 걷고 걸었어

너 하나 빼면

전부 그대로네 이 거리도

너도 어디선가

이 비를 보며

내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직 우리 함께였다면

해주고 싶은 게 많았는데

 

너와 걷던

익숙한 이 거리에 비가 오면

나눠 썼던 작은 우산

그 아래 물들어있던

웃음이 더 선명해져

한동안 나

너가 남긴 흔적들만

덮어두려 노력했지만

쏟아 내리는 빗물에 널

떠올리게 돼버린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