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2025) with 김필선

그냥노창

우연히 본 디지털시계 위에

내 생일과 같은 숫자가 떠있네

 

막상 생일날이면 죽어라고

태양의 존재조차 부정하는데

 

방금 본 시간은 내 가슴을

조금은 뛰게 하는데

 

생일날의 24시는 무의미하고 희미해

살아있던 것도 몰랐네

 

우연히 들은 주변인의 소식은

내게 많은 생각이 들게 해

 

그 반면

축제와 전쟁 소식은 뒤늦게 듣고 그런가 보다 해

 

어쩌다 알게 된 사람들을 질투하느라 심장이 뛰는데

생명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것에는 관심이 희미해

살고 있었는지도 몰랐네

 

택시를 불러야겠어

난 너무 겉돌고 있어

잘 봐봐 나는

어리석고 엉성해

 

택시를 불러야겠어

난 너무 곁들고 있어

너처럼 나도

겉만 볼 때나 멀쩡해

 

나도 제자리로

땅바닥이 휩쓸려가도

내가 틀린 거라면 그냥

여길 내 제자리로

 

휘파람에도 쓸려가네

모든 것은 평범하게

착한 악수를 내밀어도

기어코 내가 멈춘 곳까지

 

이런저런 인사를 나눠야 할 때면 숨이 멎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란 생각을 자주 해

 

나만 가지고 있는 알맹이란 게

보잘것없고 형편없어서

생각을 버려야만 살 것 같애

 

순서를 알 수 없는 소식들이 서로 싸우네

어제가 된 생일은 300일 정도만 더 기다려볼래

손톱을 뜯으며 친구들 안부를 물으며

내가 괜찮은 사람 같은 때도

창밖에선 저런 날씨에도 쉬지를 않네 모두

오늘 따위는 이런데도

 

누구든 불러야겠어

난 혼자 있을 수 없어

잘 봐봐 나는

혼자서는 멍청해

 

어디로든 가야겠어

난 혼자 있어야겠어

날 봐봐 나는

혼자서나 멀쩡해

 

나도 제자리로

땅바닥이 휩쓸려가도

내가 틀린 거라면 그냥

여기를 내 제자리로

 

바람 같은 날들은 꼭

평범하게 안겨오네

평범은 평생처럼 변하지

기어코 내가 멈춰도

 

제발 가줘 제자리로

 

순서인지도

서순인지도

난 몰라도 너무 몰라

모르는 것도 참 많아

 

바빠 그래 난 바빠

맺음이 없이만 바빠

단추를 끼우다 손끝이나 아파

왜 난 이런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