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사랑했소

12월

늘 같은 자리에 있던

말없이 웃던 그 얼굴

아무도 묻지 않았고

그녀는 늘 말이 없던

 

누구보다 먼저 와서

늦은 저녁까지 머물던

계절처럼 흘러가던

그 마음을 나는 알았죠

 

가만히 당신을 사랑했소

바람결처럼 내게 다가왔소

이름도 소리도 없이

그 마음이 참 고왔소

 

한 걸음 뒤에 서만

늘 그대를 바라보며

웃음도 눈물도 없이

계절처럼 지나가던

 

한 번쯤은 돌아보길

그녀는 바라지 않았죠

다만 잊히지 않기를

그 마음만 남겨두었죠

 

가만히 당신을 사랑했소

햇살처럼 곁에 있었소

말보다 깊은 그 마음

이제 와 나만 기억하오

 

그 누구도 몰랐지만

나는 그녀를 보았죠

다 말하진 않았어도

그 눈빛이 전부였죠

 

가만히 당신을 사랑했소

말없이 마음을 남겼소

남겨진 조용한 사랑

그대를 닮은 한 사람이었소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평생을 다 건넨 사랑

그녀는 웃고 있었소

나는 그제야 나는 그제야 울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