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참 예쁘다고

이승윤

밤 하늘 빛나는 수만 가지 것들이

이미 죽어버린 행성의 잔해라면

고개를 들어 경의를 표하기 보단

허리를 숙여 흙을 한 웅큼 집어들래

방 안에 가득히 내가 사랑을 했던

사람들이 액자 안에서 빛나고 있어

죽어서 이름을 어딘가 남기기 보단

살아서 그들의 이름을

한번 더 불러 볼래

위대한 공식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거대한 시공에

짧은 문장을 새겨 보곤 해

너와 나 또 몇몇의 이름

두어가지 마음까지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 줄거야

달이 참 예쁘다

숨고 싶을 땐 다락이 되어 줄거야

죽고 싶을 땐 나락이 되어 줄거야

울고 싶은만큼 허송세월 해 줄거야

진심이 버거울 땐

우리 가면 무도회를 열자

달 위에다 발자국을 남기고 싶진 않아

단지 너와 발 맞추어 걷고 싶었어

닻이 닫지 않는 바다의 바닥이라도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 줄거야

달이 참 예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