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거친 날이면

신유빈

떨어진다 넌 내게로

내려온다 무수한 틈새로

햇살 한 줌 없는 하늘과

세차게 내렸던 빗소리를 기억해

나무 한 그루 없이

가쁘게 달렸던 날들을 기억해

빛을 잃은 듯이 방황하는 표정

그저 주저앉아 울 수밖에 없는 나

봄에도 낙엽은 떨어지고

그 속에 헤엄쳐 나오질 못하는 나

내가 바란 어떠한 사랑도

그 어떤 동정도 없었음을

그런 봄이었지

 

아무 말 않아도

나를 안아주는 너

그럼 모든 걸 잊고

아이처럼 해맑게 웃어 난

여름엔 꽃은 다시 피고

그 속에 어울려

맘껏 사랑을 하고

내가 바란 사랑이라는 건

아주 조그마한 것

빠르게 내려오는

거센 빗물에 젖어버려도

겁 없이 달려가

더 크게 소리칠 게

피고 지는 꽃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에 쓸려가는

그런 여린 맘 이었지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

따스한 햇살에 다시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