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이 싫다

FIL (필)

참 맑은 날이야

물 한 컵 마시고

 

산책이라도 가볼까

문밖을 나서

 

잘 헤어졌잖아

속상하지 마

 

너 없던 내가

원래 나잖아

 

야, 가보니까 어때

행복해죽겠니

사랑 너 말고 개나 줄걸

 

내 마음이 이런데

아프고 밉다는데

 

왜 또 보고 싶은 건데

 

맑음이 싫다

차라리 비나 잔뜩 왔음 좋겠다

 

한걸음 한 방울씩

눈물이 내린다

 

그냥 실컷 울기라도 하고 싶은 그런 날인데

 

맑음이 싫다

나 빼고 모두 행복하게 웃는다

 

너도 나 없이 잘 지낼까 봐

그저 그런 이별이 될까 봐

 

넌 나쁜 사람이야

못돼 처먹었어

어떻게 네가 날 버려

 

나밖에 없다는 그 뻔한 거짓말에

속고 또 속아버렸어

 

맑음이 싫다

차라리 비나 잔뜩 왔음 좋겠다

 

한걸음 한 방울

눈물이 내린다

 

그냥 실컷 울기라도 하고 싶은 그런 날인데

 

어쩌면 내 잘못이야

널 너무 사랑한 탓에

널 가지려 했었나 봐

 

그런 나의 맘이 어느새

집착이 됐을까

널 괴롭혔을지도 몰라

 

맑음이 싫다

너 없는 행복이 나에게 있을까

 

돌아와 주라 제발 부탁해

언젠가는 이별이 그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