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윤종신

내일이면 그대 떠난 지

딱 일 년째 되는 날이죠

고작 한 살 더 먹는 게 이리 힘든 줄은

 

왜 그리도 우리에게는

기념할 날 많았던가요

방의 달력을 없애 보아도

그날 들은 꼭 기억났죠

 

어머닌 내 맘 모르시는지

그대 사드린 목도리를 꼭 하셨죠

계절이 바뀌어 묵은 옷을 꺼내어 보면

그 속엔 구겨진 추억들이 있죠

 

며칠 넘기기 힘들었죠

그대 흔적 지우려고 하는 건

일 년 동안 잊긴 벅찼었나 봐요

남은 날들이 더 두려워요

 

딸이 없는 우리 아버지

그댈 제일 좋아했어요

내 맘 아셔도 한잔하시면

그댈 보고 싶다 하셨죠

 

그만큼 사랑스러웠었죠

누구나 쉽게 잊지 못할 만큼

아직도 그대 안부 묻는 사람들 많죠

우리는 너무나 잘 어울렸다고

 

내 주위 사람들 아직도

그댈 참 좋아하고 있어요

그런 게 날 더 힘들게 하고 있죠

모두 다 잊어줘야 할 텐데

 

그대 일 년은 어땠나요

나보다는 편했기를 바라요

나처럼 초라해지면 안 돼요

계속 아름다워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