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작은 점이 되어

정현준 (Jung Hyun Jun)

너의 두 눈을 빌려

나를 한 번 보고 싶어

거울에 낀 얼룩이

보이지 않고, 순수히

 

커튼을 걷어 본 다음

손님으로 빛을 맞아

유난히 길었던 새벽을

건네주어 보자

 

난 가끔 작은 점이 되어

많은 문장들 사이에 숨어

그저 묻어 가

잊어버리고 살아

 

만일 저 별들을 향했던 말이

되돌아 오는데 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면

기다리자

 

약속이 시들어서

향기가 멎어버렸어

비가 오기만을 기다릴 순 없어서

난 나설거야

 

기다림은 하염없고

지나친 인내는 괴로워

지나간다 한들

생각보다 더 오래가는 걸 느껴

 

난 가끔 작은 점이 되어

많은 문장들 사이에 숨어

그저 묻어 가

잊어버리고 살아

 

만일 저 별들을 향했던 말이

되돌아 오는데 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면

기다리자

 

한참을 떠다녔네

우릴 감싼 바다는 여전하게

끊임없이 넓고 또 깊어도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