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이무진

끝까지 하면은 된다는 말이 때때론

끝까지 틀리는 때도 때때론

급박히 내뱉은 날카로운 말이 내게로

습관인 듯 끝도 없이 내게로

나는 아니려나

아니려나

아니려나

 

순탄히 시작해 기대했던 결실은 계속해서

멀어진다 닿을 수 없게 내게서

쓰라린 상처 아물 새 없이 듣기엔 괴로운

그 말이 너무 지치곤 해 때론 때론

 

자 이제 하나둘 곁을 떠나가는

한 때는 같은 날을 꿈 꿨던 사람을

거짓 없이 응원하고도

나 아무렇지 않도록

모든 걸 놓아보려 해

 

이대로 끝나버린대도 괜찮아

모두 날 떠나버린대도 괜찮아

난 이 곳에 난 이 곳에 남은 뱁새

하얀 꽃가루가 흩날리던 유리색 바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했잖아

난 이 곳에 난 이 곳에 남은 뱁새

날 이 곳에 담은 세계

 

그까짓 좌절이 대수냐며 귀에 대고

끝까지 해 보긴 했냬 제대로

해봤지 모진 이들아 수 없이 해 봐도

안 되는 사람이 있기도 해 때론 때론

 

자 이제 하나둘 떠나간 다음 나는

너무도 까마득한 어두운 밤하늘

아래 아무 말 없는 채로

혼자가 될 걸 알고도

모든 걸 놓아보려 해

 

이대로 끝나버린대도 괜찮아

모두 날 떠나버린대도 괜찮아

난 이 곳에 난 이 곳에 남은 뱁새

하얀 꽃가루가 흩날리던 유리색 바다

사랑하지 않을 만큼 후회했잖아

난 이 곳에 난 이 곳에 남은 뱁새

난 이 곳에

 

하나, 사실 하난 남겼어

놓지 못 하겠어서

계속 쥐고 있던 건

아마 오늘 같았던 절경

두 걸음 남은 절벽

끝의 날 잡아 줬던 너

 

그제서야 처음 어린 아이처럼

네 품에 안긴 채 펑펑 울었던 기억

 

아아

아아 아

 

그 하나가 남아 하나도 안 괜찮아

후회해도 사랑해도 너무 아프다

난 이 곳에 난 이 곳에 남은 뱁새

날 이 곳에 가둔 세계

날 가둔 세계

 

끝까지 하면은 된다는 말이 때때론

끝까지 틀리는 때도 때때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