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의 흔적들 (Feat. 이태권)

015B

해가 길어지던 계절

널 처음 만났던 그때

누군가를 만나 본 적

사귀어 본 적 없었지

난 그저 니가 좋았어

내일은 뭐 하냐고 연락하기 전

긴장 속의 심호흡

친절하게 날 반겨주던 니 목소리

설렜던 그 모든 날

그렇게 만나러 가던 2호선의

창밖은 햇살 가득 봄날의 향기

놀리며 잘해보라던 친구들 격려

잘 될 것만 같았어

그날 넌 뭔가 달랐어

할 말이 있다고 했지

이층 카페 둥근 탁자

자릴 잡고 앉은 넌

웃음 짓지 않았어

한동안 테이블만 만지작 하다

너 결심한 듯 꺼낸 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며 앞으론

연락 안 했으면 해

뭐라고 답해야 하나 난 몰랐어

당황스럽고 부끄럽고 그랬지

넌 조금 망설이다가 미안하다며

가능성은 없다고

밖에는 이미 해가 져 어둑한 길

집으로 가던 그 길은 참 슬펐지

모든 게 서툴렀었던 그때 내 모습

그 계절의 흔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