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될지도 몰라

주이 (jui)

내가 멋진 농담을 더는 하지 않거나

헛헛한 동네에 더는 가지 않거나

몸과 맘 건강을 위해 애쓰지 않아도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한때 내게 그런 친구들이 많았었는데

언젠가부터 연락이 뚝 끊기더라고

나는 여전히 답장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마 받을 순 없을 것 같아

 

그러다 아주 가끔 소식이 들려오곤 해

살아 있다는 게 살아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며 안심하는 내가

좋은 친구는 아닌 것 같아

 

어느 겨울날 홍대에서 있었던 일이야

허무의 끄나풀을 잡고 취해 있던 내게

한 젊은 여자가 대뜸 말을 걸었더랬지

"인간의 고독은 어디서 올까요?"

 

곧장 길바닥에 주저앉아 얘길 나눴어

오랜 친구처럼 말이 제법 잘 통했었지

고요한 우주가 공허하지만은 않듯이

우리는 외로운 별들이 됐지

 

사실 그런 게 아니라 어쩌면 그냥 그녀는

내게 종교를 가지게 하고 싶었을지도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또 외로워지네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있잖아 너는 성격이 정말 좋은 것 같아

아직도 내 말을 듣고 앉아 있는 걸 보면

저기 욕심이 고개를 드는 소리가 들려

우린 친구가 될지도 몰라

 

하지만 너도 아주 외로운 별 하나겠지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그 여자처럼

허무의 끝을 잡고 어디까지 가다가

나를 잠시 마주친 거야

 

이런 얘기는 개인적이고 힘 빠지지만

이런 얘기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야 난

이런 얘기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정말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