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을 내린다 우리라는 섬에

서로를 가둔 채 행복했었지

 

밤하늘 빛나는 별빛 좌표를 따라 흘러가다가

우린 길을 잃어버렸지

 

서로의 궤도를 돌아

같은 자리에 다시 멈춰 서서

여전히 서로를 비추고 있지만

 

고장 난 등대처럼

우린 빛을 잃은 거야

고요한 바다처럼

더 할 말도 없는 거야

성난 파도를 지나

사랑이 다 부서지는 날

서로의 두 손을 놓친 채

표류해 천천히 우린

가라앉을 거야

 

그 사랑은 석양을 따라 붉게 물들고

그 눈빛은 늘 두근두근거렸지

 

서로의 온도에 기대

모든 순간이 따뜻했던 날들

그날의 너와 난

여전히 서로를 비추고 있지만

 

고장 난 등대처럼

우린 빛을 잃은 거야

고요한 바다처럼

더 할 말도 없는 거야

성난 파도를 지나

사랑이 다 부서지는 날

서로의 두 손을 놓친 채

표류해 천천히 우린

가라앉을 거야

 

우린 처음이었고

또 분명 사랑이었어

영원할 거라고 다 믿었지만

너와 내 바다의 끝은

여기까진가 봐

 

고장 난 나침반처럼

우린 길을 잃은 거야

서로의 마음처럼

그냥 다 놓아주면 되는 거야

한여름 밤에 꿈처럼

사랑이 다 사라지는 날

서로의 두 손을 놓친 채

서로의 마음을 놓친 채

표류해 천천히 우린

가라앉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