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의 낮잠

알레프(ALEPH)

파랑새는 존재할까나

오래전 이미 사라졌으려나

나무껍질 속은 여전히 여린 새싹

이 고민이 쓸모 있으려나

 

자전거 벨소리에 깊은 낮잠에서 깨어난

흰나비의 곡선형 날갯짓

 

나는 오래전에 이미 잔인해졌나

나 스스로를 가둬두었나

기억나지 않아

나의 파랑새

다시 스르르 낮잠에 빠져야 하나

 

정해진 미래는 두 편의 시

쉽게 알 수 없는 노랫말로

나의 심장을 치고 귓속에 울려 퍼지면

언젠가는 깨닫게 되려나

 

희미한 빗소리에 깊은 꿈을 꾸다 일어난

소년소녀의 옅은 칭얼거림

 

나는 오래전에 이미 잔인해졌나

나 스스로를 가둬두었나

기억나지 않아

나의 파랑새

다시 스르르 낮잠에 빠져야 하나

 

그곳에서 나는 상냥했다고

이곳은 왠지 버거운 것 같아

하늘만 푸르른 걸

 

너도 오래전에 나와 같아졌나

너 자신에게 질려버렸나

기억나지 않아

꿈의 파랑새

다시 스르르 낮잠에 빠져야 하나

오 나 그래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