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이승기

책장 속에 우리 이야기

너의 흔적이 가득했었던

잊었다 믿었던 기억들이 다시

손끝을 스치며 흩어진다

 

조심스레 꺼낸 편지에

여전히 따스한 온기마저

한 글자씩 지우려 해봐도 쉽게

지워지지 않아 사라지지 않아

결국 넌 그렇게

 

텅 빈 시간 속에 혼자 남아

다시 되돌아갈 순 없을까

지워야만 한다는 걸

알지만 널 붙잡고 있어

네 이름 한 번 더 불러본다

 

다시 널 만날 수만 있다면

너를 다시 안을 수 있다면

한 조각씩 떼어내도

결국 넌 남아있어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어

널 정리할게

 

텅 빈 시간 속에 혼자 남아

다시 되돌아갈 순 없을까

지워야만 한다는 걸

알지만 널 붙잡고 있어

네 이름 한 번 더 불러본다

 

다시 못 전할 맘이 남아서

너의 이름 하나만 남아서

다 비워보려 해봐도

결국 난 멈춰 있어

아무렇지 않은 날이 오면

널 정리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