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

정연수

며칠째 비야

그칠 기미도 없이

이별을 마주하던

그맘때처럼

길지 않았던

우리 이야기의 끝

웃으며 얘기할

추억일 줄 알았어

빗물이 툭 툭

날 두드리면

꿈처럼 난 또

그날로 돌아가

시간이 멈춘 채

멍하니 서 있죠

괜찮다 톡 톡

다독여봐도 내 맘은

쉽게 마르질 않아

이미 젖어버린

세상에 난 서 있죠

걷다가 문득

익숙한 뒷모습에

무너질 것만 같아

멈춰 서곤 해

길을 잃었죠

마치 어린애처럼

또다시 여기에

혼자 남겨져 있죠

빗물이 툭 툭

날 두드리면

꿈처럼 난 또

그날로 돌아가

시간이 멈춘 채

멍하니 서 있죠

괜찮다 톡 톡

다독여봐도 내 맘은

쉽게 마르질 않아

이미 젖어버린

세상에 난 서 있죠

길었던 우기의

구름이 다 걷히면

그때는 알까요

혼자서도

빛날 거란 걸

빗물이 툭 툭

날 두드리면

꿈처럼 난 또

그날로 돌아가

여전히 빗속에

그댈 기다리죠

괜찮다 꾹 꾹

참았던 눈물까지도

쉽게 그치질 않아

이미 그대 없는

세상에 난 서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