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줘

권진아

고요히 고요히 더

이대로 조금만 더 있을게

내 안에 내 안에 이젠

더 이상 무엇도 남아있지 않아

다 닳아버린 줄 게 없는

이 허름한 마음뿐인데

이 마음뿐인데

이제 그만

 

제발 날 놓아줘

날 조르고 있는 너의 사랑을 거두어

숨을 쉬게 해줘

난 네가 될 수 없는걸

너의 곁에서 나는 더 희미해져 가

난 자유롭고 싶어

이 세상을 더 저 멀리

날아가고파 누구보다 널 아끼지만

괴로운 것보단 외로운 게 나아

 

미안해 이제 난 더 미룰 수 없을 것만 같아

뭐가 더 남은 걸까 더 이상 널 탓하고 싶진 않아

다 아팠잖아 다 알았잖아

내 마지막 부탁이야

날 사랑한다면 이제 그만

 

제발 날 놓아줘

날 조르고 있는 너의 사랑을 거두어

숨을 쉬게 해줘

난 네가 될 수 없는걸

너의 곁에서 나는 더 희미해져 가

난 기억하고 싶어 이 마음을 오래도록

돌아갈 수 없게 누구보다 아프겠지만

괴로운 것보단 외로운 게 나아

 

나 잡지 마 제발

 

제발 날 놓아줘

제발 날 놓아줘

난 나아질 수 없는걸

깊게 패인 자국을 봐

선명하잖아

난 행복하고 싶어 미안해 난 네 곁에서

행복할 수 없어 그러니까 나 붙잡지 마

이젠 너도 너를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