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댄 아무렇지 않게

하동균

해 질 녘에 돌아오는

나만 아는 나의 얼굴엔

어제보다 빛을 잃은

겨울 같은 눈빛이

 

전부 나만큼은 힘들어

어차피 다 외로워

그런 내게 아침을 닮은 그대가

조심스런 인사가

 

몇 번의 용기만으로

닿을 수 없는 그곳을

너와 함께라면

한 번도 꺼내지 못 한

터무니없는 내 꿈들을

다시 그릴 수 있어

 

한 걸음이 어려워

넘지 않던 선 너머로

그댄 아무렇지도 않게

나의 손을 잡아 이끌어

 

몇 번의 용기만으로

닿을 수 없는 그곳을

너와 함께라면

한 번도 꺼내지 못 한

터무니없는 내 꿈들을

다시 그릴 수 있어

 

영원한 어둠이 단 한 번의 햇살로

나는 이렇게 땅을 거머쥐고서

영원히 멀어진 것만 같던 곳으로

다시 한 걸음씩 나가고 있어

나가고 있어

나가고 있어

숨 쉬고 있어

세상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