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산

한돌

나는 엉터리, 엉터리 선생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네

높은 곳으로, 높은 곳으로

그런 것만 가르쳤네

 

꿈을 찾아서 헤매는 아이

따뜻한 말 한마디 못했네

나는 엉터리, 못난 아버지

아주 못난 아버지

 

산이 아픈데, 강이 아픈데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네

허울만 좋은, 허울만 좋은

나는 엉터리 의사

 

기울어진 배 누가 세우나

파도에 부서지는 희망들

나도 아니다 너도 아니다

배는 어디로 가나

 

우리들의 산 불타버렸네

어쩌다 검은 산이 되었나

나도 아니면, 너도 아니면

누가 그랬을까

 

검은 바람이 비틀거리며

쓸쓸히 들판 위에 눕는다

모두 엉터리, 모두 엉터리

우리 모두 엉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