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준비없이

정남도

노을빛 스며든 거리를

조용히 걸어가

네가 서 있는 그곳까지

아무 말도 없이

 

어쩌면 넌 모를 거야

마지막 인사로

서로를 떠나보낼 거라

 

매일 밤 잠들기 전까지

하던 전화들도

가끔은 그립고 허전하기도

하겠지만

 

차갑게 굳은 내 맘은

너를 더 아프게만 할테니까

 

이별을 갑자기 맞이하게 해서 미안해

준비도 없이 널 보내줘야 할 것만 같아

내가 너무 나빠서 사랑하지 않아서

이 이별은 끝내 해야만 할 것 같아

미안해

 

매일 밤 너의 집 앞까지 데려다 준일도

우리가 자주 걷던 너의 집 앞 산책길도

 

이제는 할 수 없단 게

잊어야 한다는 게 미안해

 

이별을 갑자기 맞이하게 해서 미안해

준비도 없이 널 보내줘야 할 것만 같아

내가 너무 나빠서 사랑하지 않아서

이 이별은 끝내 해야만 할 것 같아

미안해

 

이 말밖에 할 수 없는 나를 미워해

네게 남아 있는 기억조차

이젠 지워줘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나 사랑하길 바래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단 하나도 없어

내가 너무 나빠서 사랑하지 않아서

이 이별은 끝내야 할 것 같아 이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