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금잔디 (나들이 버전)

양수경

한 걸음, 또 한 걸음

멈추면 안 될 것 같아서

숨 고를 틈도 없이

달리기만 했던 날들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여기까지 왔네요

남들보다 잘하진 못했어도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옛날에 금잔디

바람에 찬란했던

그 한 철의 날들이

내 안에 살아 있습니다

 

그 때는 참

내가 멋졌더랬죠

세상이 나를 몰라도

나는 나를 믿었습니다

 

하루를 또 하루를

내 몫보다 더 살아내고

마음이 부서져도

내색하지 않았었죠

 

한때는 참 멋졌었죠

어디를 가도 빛났고요

누구보다 잘난 건 아니어도

참 당당히 웃었습니다

 

옛날에 금잔디

바람에 찬란했던

그 한 철의 날들이

내 안에 살아 있습니다

 

앞으로 먼 길이

두렵지 않은 이유는

그때 내가 있었기에

내가, 나를 지켜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