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히고 나면

후피(Whoopy)

낮인지 밤인지도

알 수가 없던 어느 날

 

창밖에 빗소리마저

따분하게 들리던 어느 날

 

비가 와서 우울한가

우울한데 비가 온 걸까

 

우산을 쓰고 나갈까

빗속에서 멍하니 있고 파

 

귀찮던 비가

그치고 나면

 

구름에 걸친

무지개를 보며

 

내일은 더

밝은 내가

되기를 기도하면서

 

귀찮던 비가

다시 내리길 바래본다

 

어머니 손을 꼭 잡고

장화를 신고 나섰던

 

사진 속 꼬마아이는

비를 참 좋아했었나 봐

 

땅이 다 말라버렸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울음 많던 어린아이는

삭막한 어른이 되었네

 

창가엔 또다시

 

시월 가을밤

내리던 비는

 

풋풋했던

추억들로 다가와

 

뜨거웠던

빛이 나던

그날이 그리워져서

 

귀찮던 비가

다시 내리길 바래 본다